중독의 끝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서운지를 지난 호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더 놀랍고 암울한 소식은 중독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게임 및 스마트폰의 중독자수는 우리나라가 최고의 IT 국가라는 위상에 걸맞게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중독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NIA, 2014)를 보면, 중독위험군은 청소년이 12.5%, 성인이 5.7%, 유아동이 5.6%로 청소년 중독위험군이 성인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미취학 아동의 경우가 5.6%나 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2013년부터 총신대학교에서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청소년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강서 I Will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6개(강서, 보라매, 서대문, 광진, 창동, 강북) 아이윌센터를 지원하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해주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각 센터들은 초, 중,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과다하게 사용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는 등 서울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3년 전 강서에 아이윌센터를 개소하여 운영할 당시만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게임을 많이 하여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거나 가족, 선생님 및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여 내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게임을 그만하라는 부모님을 구타하여 경찰서에 오는 경우부터 인터넷에서 불법도박을 하여 1억 2000만원까지 돈을 잃고 오는 등 도저히 청소년들이 한 행위로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중에는 학교를 자퇴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게임만 일삼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눈뜨는 순간부터 잘 때까지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여러 개의 컴퓨터를 사용해서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 식구들과 식사도 함께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시켜 혼자서 먹기 일쑤이고 밤새는 일도 허다하다. 또한 방에만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활동량이 절대 부족하니 감당 못할 정도로 살이 찔 뿐만 아니라 방엔 먹다 남은 음식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지 말라고 야단치다가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년의 중독문제는 어른들의 중독 상태에서 보이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청소년의 경우, 가정에서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을 한다거나 학교에 결석하는 일이 잦아지고 이전보다 공부를 하지 않거나 말수가 줄어들고 가족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꺼리는 경우, 그리고 거짓말이 늘어나는 경우, PC방을 가기 위해 돈을 훔치기도 하는 경우, 그리고 인터넷사용이나 게임을 줄이도록 했을 때 이전과 다르게 안절부절하고 예민해지면서 크게 화를 내고 달려드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자각해도 된다. 또한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내내 졸거나 엎드려 자는 경우,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경우, 또 공부에도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지 않는 경우에는 인터넷이나 게임을 과도하게 하고 있지 않나 의심을 해도 된다.
만약 여러분의 자녀나 주변에 이러한 학생이 있는 경우, 일단 가족들이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윌센터 등 인터넷, 게임관련 전문적인 상담센터에 의뢰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의 경우, 대표전화번호 1899-1822로 본인이 살고 있는 거주지를 이야기하면 가까운 상담센터를 소개받을 수 있다. 만약 서울권이 아닌 경우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그 어떤 중독의 문제도 본인이나 가족들만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이문제라고 쉽게 생각하고 적당한 충고나 구타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오산이다.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해결책은 부모님의 생각과 태도 변화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녀를 성경적으로 잘 양육하는 방식 등과 관련한 부모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회는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많은 책임과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부모교육을 진행하면 좋겠다.
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강서 아이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