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전문직공무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추운 겨울 날, 강원랜드 인근의 노숙자들로부터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국가에서 도움을 주지 않으면 모두 얼어죽거나 자살할 수 밖에 없다’는 민원을 받았다. 만약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으면 강원랜드에서 집으로 돌아갈 차비 등을 지급하고 있기에 얼마든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가지 않고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협박으로 들리기도 했다. 참 당황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무원이 민원을 받은 이상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강원랜드 인근지역을 자주 방문해야 했다. 그해는 유독 눈도 많이 내리고 추워서 매주 강원도 태백으로 가는 길은 참 고생스러웠다. 일단 그분들이 중독자이건 아니건 간에 생사가 걸린 일이라서 난방과 먹을 것을 위하여 연탄과 기름, 김치 및 라면 등을 제공하고 인근 종교시설에 위탁하여 하루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당시 필자는 가가호호 방문하여 그 분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는데, 도박의 끝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여느 노숙자들의 생활과 전혀 다름없는 그들은 이전에는 중소기업 사장이었고 한때는 그 지역에서 잘나가는 유지였다. 도박을 하게 된 이유도 너무나 평범했다. 처음 도박할 때는 본인이 그 짧은 시간에 모든 돈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숙자로 전락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노숙생활이 익숙하고 편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강원랜드 광장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록 지금 가진 돈과 직장, 가족을 모두 잃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허름하고 비좁은 방에 겨우 등만 붙일 공간에서 매우 불편한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도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더 충격을 받았다. 이런 분들이 시민단체에서는 2000명 이상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원래 태백, 고한 및 사북에 살던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에서 살지 못하고 오히려 인근으로 쫓겨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강원랜드로 들어가는 초입에 지금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전당포가 널려있다. 또 그 전당포 주변에는 먼지가 뿌옇게 쌓인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다. 마치 폐허가 된 거리를 한편의 영화로 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도 한다. 강원랜드 인근의 찜질방, 모텔들은 도박중독자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강원랜드 카지노가 문 여는 새벽시간에는 서울 어느 동네 어귀에 일거리를 얻기 위해 줄서 있는 광경처럼, 노숙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는 본인들이 도박을 하기보다는 카지노 입장표를 구입하여 나중에 입장이 안되는 분들에게 팔기위한 수단으로 새벽부터 나와 표를 사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에서는 어떻게든 카지노를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도박중독자가 되는 건 카지노 가까이 살고 있는 그 지역주민들이다. 결국 그 지역주민들부터 망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계속 카지노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동안 학생들이 등교 길에 높은 교각에 목메고 매달려 있던 사람을 보고서 단체로 입원했던 사건, 술에 잔뜩 취해 괴성을 지르며 거리를 배회하던 분, 매춘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던 어느 여인,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다시 도박하러 가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는 젊은 청년의 얼굴 등이 스치고 지나간다.
도대체 이들이 왜 이리 되었는가? 도박중독의 끝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이미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도박중독으로 인한 폐해와 부작용의 총량을 넘어섰다. 따라서 더 이상 카지노 등 도박장이 증가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있는 도박장들에 대한 감시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불법도박은 더 할 나위 없다. 더 이상 멀쩡한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고 자살을 하는 상황을 눈 뜨고 보아서는 안된다.
특히 우리 종교인들은 중독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기술한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다 성경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조현섭 교수(총신대학교 중독재활상담학과·강서아이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