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중독치료의 대모' 조현섭 교수 '국민 절반이 중독 피해자...중독의 1차 원인은 유전'26년간 중독상담 도맡아... '부부교육이 치료의 키워드' | ||||||||
작성자 강서아이윌센터 작성일 2016-10-27 조회수 6791 | ||||||||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 기자] 우리는 종종 TV나 인터넷을 통해 도박중독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사람, 약물중독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다 결국 은퇴한 연예인, 게임중독으로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부모까지 살해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곤 이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중독은 ‘나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중독에 따른 피해가 한 사람이나 일개 가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큰 파급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련기관 통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중독(도박, 인터넷, 알코올, 약물)자 수는 약 8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6~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도박 중독자가 250만명, 인터넷중독자 250만명, 알코올중독자 160만명, 약물이 그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핑이나 음란물 중독까지 더하면 중독자 수는 천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측된다. 중독자 본인은 물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가족 등 주변인까지 중독 피해자로 추산할 경우 그 수는 2500만명을 넘어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독에 따른 경제적 피해 또한 막심해 연간 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독상담을 26년째 이어오고 있는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조현섭 교수는 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중독문제와 관련, 그 대상을 중독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까지 확정시켜 봐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또한 그는 중독은 공동의존 성격을 띄고 있어, 중독자와의 오랜 상호교류를 통해 가족들 또한 병이 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서아이윌센터에서 센터장을 맡아 청소년 중독상담을 겸하고 있는 조 교수를 만나, 중독의 현실과 해결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무엇이 중독의 기준일까? 일명 ‘4대중독’을 다 섭렵했다는 조 교수는 중독에 대한 정의를 묻자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알콜중독에 빠진 사람에게는 술이 너무나 중요하고 그게 없으면 마치 애인을 잃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 끝도 없이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입거나 혹은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함에도 불구, 중독자들은 행동의 원인을 ‘타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돌리며 최후까지 중독상태를 부정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콜중독에 대한 개념이 특히나 뚜렷하지 않다. 너무 고주망태가 되고 길바닥에 누워야 중독상태인 줄 안다. 그게 아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갈망이 생기고 그걸 안 마시면 몸이 찌뿌듯하고 재미도 없고 이런 것도 이미 다 중독된 상태이다." 그럼 중독을 인지하고 센터를 찾아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개는 중독 증상이 심해져 바닥을 쳐야 (센터에) 온다. 예를 들어서 중독으로 인해 빚을 많이 졌다거나 카드를 많이 긁어서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 참다못한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때 마지못해서 온다. 당사자의 치료 의지가 없음에도 억지로 와 상담을 받는 것은 꼭 필요하다." 조 교수는 중독에 완치가 없으나 꾸준한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독은 엄격하게 말하면 죽을 때 까지 진행되는 개념이다.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다만 상담을 하고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정보조차 모르고 있으니 집안에 문제가 생겨도 가족들이 대처를 못하는 것이다. ” 알코올중독, 가정 파괴 문제 제일 극심해 중독이 낳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족들의 피해다. 한 분야에 대한 무분별한 폭주는 중독 당사자보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더 큰 짐이 되기 때문. 가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중독에 대해 조 교수는 ‘경제적으로는 도박중독’이고, ‘정서적 피해로는 알코올 중독’이라 강조했다. "도박중독은 전재산을 날리는데 그 기간이 길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집이 망하게 되니 가족들은 더 황당한 거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타격이 큰 것은 알코올중독이다.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본인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의 경우 술을 본격적으로 마신 후 15년 뒤부터 중독증상이 발현된다. 장기간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는거다. 경제적인 손실은 없더라도 매일 술먹고 와서 취해 있는 것 만으로도 가족에게 스트레스고,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다. (중독 상태인) 아버지 때문에 자녀들이 집밖으로 안나가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가 동네에서 실수를 많이 하니까 창피하니까 학교도 안 나가는 거다. 어떤 아이의 경우 집에서 2년만에 나온 케이스도 봤다. 가족들의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폭력 뿐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다. 친부의 성폭행이 일어나는 이유 중 주 원인이 알코올 중독이다. 가슴아픈 일이다."
중독의 원인 "유전, 혹은 부모의 잘못" 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조 교수는 이러한 중독의 원인을 다름아닌 유전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중독이 발현된 집안의 경우, 다른 가족 또한 어떠한 형태로든 중독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집안에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경우 알코올중독자가 없는 가족에 비해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체질적으로 몸 안에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세히드알데히드를 적게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술에 빨리 취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전만큼이나 부모의 양육태도가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중독의 원인이 유전이라고도 했지만 두 번째로 꼽히는 것이 부모의 양육 형태다. 아이를 건강하게 양육하지 않았을 때 중독문제로 빠지는 문제가 많다. 중독은 부모들이 생각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무시하고, 독재하고 방치한 것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게임, 스마트폰, 비행행동에 빠지는데, 잘 키워진 가정에서는 그런 일이 잘 생기지 않는다." 아이와 소통의 부재, 학대를 문제점으로도 꼽았다. "제일 나쁜 엄마는 ‘냉담한 엄마, 자녀를 존중하지 않는 엄마’다. 사랑을 주지 않고 비판적인 엄마의 자녀들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남의 아들’한테 하는 것처럼 하듯이 하면 된다고 말해준다. 남의 아들한테는 칭찬을 많이 하지 않나. 부모와 대화를 안 한다는 건 아이의 문제해결능력과도 직결된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를 풀기 위해 대화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언어를 통한 문제해결능력을 습득을 못하는 거다. 그러니까 폭력이라든지 게임에서 봤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많다. 아이들이 자기의 감정을 건강하게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 다른 범죄가 양산되고, 정서 장애 등 부수적인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거다." 부모교육, 중독 치료의 핵심 조 교수는 중독 치료 방법이자 예방 방안으로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독자 가정의 경우) 대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를 모른다. 도박, 알코올 중독자의 가정을 보면 아이들이 제대로 양육이 안돼있다. 그래서 중독을 해결하는데 제일 우선으로 해야하는게 양육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그럼 중독 문제도 해결하고 아이 문제도 해결하는 거다." 중독에 빠진 사람이 아이를 온전히 양육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알코올중독자라도 자녀하고 관련된 데서 강한 부모는 없다. 대개는 자녀 문제를 언급하면 중독자들도 움찔한다. 부모를 상담할 때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이 지금은 당신 손으로 즐거워서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자녀문제로 술을 마시게 될 거다’라는 말이다. 술마시는 사람들이 하는 기본적인 행태가 있다. 소리지르고 자는 아이들 깨우고, 공부하는 아이들 불러서 잔소리하는 일련의 행동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부모교육을 하면 이런 행위들이 많이 줄어든다. 술 먹고 조용히 자려고 노력하고, 자녀들 괴롭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나도, 센터차원에서도 부모교육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부모교육하는 곳은 언제든지 쫓아간다 ." 중독문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해 우리나라의 중독 치료 현실은 어떨까. 조 교수는 이전보다는 중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지만,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이 있다며 중독의 심각성, 기준, 해결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에게 중독에 대한 인식을 알려줘야 한다. 중독자 가족들이 피해를 볼 뿐 아니라, 국가적인 피해도 크다. 이처럼 후유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데 국가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중독 피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국내 센터에서의 중독 상담은 거의 다 무료고, 본인이 오기만 오면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도 자기가 어떤 수준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여러 신문에 중독관련 칼럼을 싣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정보를 얻어갔으면 해서다." 조 교수는 부부교육, 부모교육의 법제화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독문제의 주 원인인 가정의 결핍 문제는 부부관계에서 시작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현재는 내가 나서서 부모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도 부모교육을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강연을 갈 때마다 ‘부부교육을 받지않으면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는 법안을 만들자’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서 출생신고를 할 때는 부모 교육을 받게 하자고 이야기 한다. 많은 문제의 핵심에는 잘못된 양육이 있다. 가정을 꾸리는 것에는 그만큼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선택했으면 좋겠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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