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 주어야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센터에는 매일같이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방문한다. 이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자신이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친구는 더 한다’ ‘방가후 시간에만 게임을 하기 때문에 중독은 아니다’라는 등 항변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과 관련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하루 온 종일 게임이나 인터넷을 해야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절대적이진 않다. 학교에 있어도 학원에 있어도 호시탐탐 기회가 되면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고 싶다, 예전보다 게임 시간이 점점 증가하고(내성), 게임을 하지 않으면 주의집중이 잘 안되고 짜증을 내게 되고 충동적으로 폭언이나 폭행을 저지르게 된다(금단증상)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이미 중독된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이 인터넷이나 게임을 많이 하는 경우, 신체, 행동, 정서 및 인지적으로 많은 피해와 부작용이 따른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다보면 자세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목을 길게 빼내어 목이 거북이 모양처럼 된다. 그자세가 굳어지면 척추가 휘어져서 생기는 척추측만증도 생긴다. 또 장시간 동일한 자세로 앉아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다리에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손이 마비되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도 나타나고, 화끈거리고 손을 쥐는 힘이 약해지는 손목터널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도 안구건조증 이 생기거나 머리가 멍해지기도 하는 만성 피로증후군이 생기기도 한다.
정서적인 피해와 부작용은 우울하고 불안해하며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지며 분노와 공격성을 갖게 된다.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구분하지 못하여 혼동하고 매우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한 밤새워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기 때문에 수면이 항상 부족해 지각이나 결석을 자주하게 되고 성적도 떨어진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학교생활도 힘들어한다. 그리고 ‘존나, 붕신, 얼빵, 시망, 얼굴빻디, 담탱이가 ○○이야’ 등 축약된 언어나 은어 등 파괴된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남자들은 원래 표정을 짓거나 타인의 표정을 읽는 것이 여자들 보다 떨어지는 편인데, 인터넷이나 게임에 몰두하는 남자 청소년들은 타인의 감정을 더욱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이 주로 카카오톡, 팬픽, 게임 등 화면을 보며 친구들과 놀기 때문에 친구의 표정을 볼 기회가 점점 줄면서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이 저하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무표정이나 슬픈 표정을 부정적인 표현으로 오해해서 자신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부정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지적인 피해는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지능, 이해력, 판단력, 학습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공감하는 능력과 결과를 예측해서 목표와 일치하게 행동하는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자녀들이 인터넷이나 게임을 즐겨하는 경우, 컴퓨터는 되도록 거실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세는 어깨를 펴고 고개를 꼿꼿이 편 상태에서 하도록 해야 하며 20∼30분에 한 번씩 목을 스트레칭과 안구운동을 하도록 해야 하고 한자리에 너무 오래앉아 있지 않고 간단한 운동이라도 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는 식사 시간에라도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독서를 권장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체험하게 하는 등 새로운 것을 경험하도록 하며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도록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녀가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이 되는 원인을 찾아내서 해결해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처방법이다. 대부분 인터넷이나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더 집착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재미를 대치해 줄 수 있는 대안 활동이나 부모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우울한 경우, ADHD가 있는 경우, 자존감이 낮은 경우, 충동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에 자녀들이 더 인터넷이나 게임에 집착하므로 자녀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있는지를 평가해 치료를 받게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한명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따뜻하게 공감해주는 것이다. 자녀를 구타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자녀의 인터넷, 게임중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변화가 필요하다.
조현섭(총신대 교수·강서 아이윌센터장·한국중독심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