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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자녀와 `스마트폰 전쟁`…엄마들은 방학이 두렵다
작성자 강서아이윌센터 작성일 2018-07-07 조회수 2276

◆ 스마트폰 강국의 그늘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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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한 광역시 소재 A고등학교 2학년생 김 모군(17)은 해당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다. 수업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급우들에게 `자살추(자살추천)` `지린다` 같은 저질 표현을 퍼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장 모 A고 교사(30)는 "학과 공부나 독서와는 담 쌓은 채 스마트폰만 종일 끼고 다니는 학생들은 김군뿐이 아니다"며 "한 반에 3분의 1 이상은 중독이라고 봐야 해서 특별히 누가 중독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스마트폰 강국의 그늘에는 2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이 허우적거리고 있다.


기상천외한 디지털 약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책과 담을 쌓으면서 사고력 발달의 척도가 되는 읽기능력 국제순위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학업성취도 리스크로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오래지만, 정작 교육당국은 `교육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교육규제 강화 흐름을 외면한 채 일선 학교로 공을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하순 시작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부모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학기 때보다 자녀들의 스마트폰 노출 시간이 13%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6년 전국 청소년 2291명 대상으로 실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평일 모바일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00분이지만 주말이나 방학에는 113분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방학을 맞아 청소년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스마트폰 중독 전문상담가는 중독 청소년 1115명 중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기도 소재 공공기관에서 상담사로 활동하는 B씨는 "전국 단위 청소년 대상 통계에서 중독 위험군이 늘고 있고 심지어 유아 중독률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하지만 치료·예방교육 사업비는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줄었다"고 털어놨다.

학기와 방학을 가리지 않고 청소년들의 `디지털 표준어`로 둔갑한 언어 파괴적 약어들은 청소년들의 학업 능력까지 망가뜨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조사인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의 `읽기` 영역에서 한국 점수와 순위는 급전직하 중이다. 15세 학생 기준 2006년 556점이었던 한국 점수는 2015년 517점으로 급락했다. 2006년 1위였던 순위는 2015년 4~9위로 하락했다.


스마트폰 중독 심화로 `갑또택(갑자기 또 택시를 탐)` `남아공(남아서 공부하자)` `갑떡땡(갑자기 떡볶이 땡긴다)` `번달번줌(번호 달라고 하면 번호 줌?)` `ㄹㅇ시강(레알 시선강탈)` 같은 언어파괴적 줄임말 사용이 범람하고 있고, 이는 학업성취도 악화로 직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깊이가 떨어지는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정제된 활자를 읽고 논리적인 판단에 입각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기술하는 학생들 능력이 퇴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대진 가톨릭대학교대학원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들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분석해보면 언어중추에서 나가는 신호들의 활성화 정도가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며 "메신저 등에서 단어들을 줄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대로 된 언어를 표현하거나 쓰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쌌다` `지린다` `분위기 ×박았다` 같은 음란한 성적 표현은 `대단하다`의 대체어로 자리 잡고 있었다. 디지털 약어 사용이 일상화된 청소년들은 무리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남보다 더 직설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발굴하고 저급한 디지털 은어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여론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은 일선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할 일`이라며 선도 활동에 미온적일 뿐 아니라 학교별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놓고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년 동안 한 일은 2016년 7월께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된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을 서울 관내 학교에 안내한 것이 유일하다.

다른 지방 교육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느냐, 마느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교육청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려다가 학생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일선 학교 교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일경제 2018.07.02 [이용건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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